Cur 2018. 4. 11. 02:16











", 제 글을 써,볼까 생각 중 이에요."

 



여러 번 깜빡이던 속눈썹아래 그림자가 드리었다. 한델과 키스가 앉아있던 창가자리에 햇빛이 가득 들어찼기 때문이다. 음식이 반 정도 남은 새하얀 접시가 대신 대답이라도 하듯 반짝반짝 빛났다. 다른 건 몰라도 키스 앞에서 펜을 잡는 것만은 여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한델인데…, 나눠 잡은 수첩 한 글자, 단어, 문장을 눌러쓰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던 한델이 둘만의 속삭이는 이야기에 멈추지 않고 작가로서의 삶을 새로이 시작한다 말한다. 키스는 나이프와 포크를 쥔 양 팔을 느리게 내려놓았다.

 



"행사 초대, 이제 거절할 생각이에요. … … 키스, 옆에자신, 있게 서 있을 만한 사람이되고 싶어요."

 

"한델, 글 쓰는 거, 힘들어하지 않았어요?"

 



오가는 말 사이, 진한 체리나무 테이블에 드리운 햇빛이 지나가던 구름에 가려 빛을 잃었다. 그 자리, 숨죽인 것들 사이로 또박또박 말을 하던 한델의 눈이 오히려 더 짙은 색을 띠었다.

 

 


". 읽는 것조차었어요. 평생을 읽…고, 또… 써… 왔으니까,"

 


 

테이블 위 창가 중앙엔 투명한 유리 물병에 새빨간 장미 한 송이가 꽂혀있었다.

 

 


"그런데, 작가님의 글을 읽고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뭇결을 살린 인테리어가 인상적안 식당. 테이블엔 각기 다른 종류, 다른 위치의 꽃이 딱 한 송이씩 유리병에 꽂혀있었다. 키스가 좋아하는 장미. 그 생각에 유리병 주둥이에 기댄 빨간 장미를 넋 놓고 쳐다보았던 거다. 저기가 좋아요? 한델이 고개를 끄덕이자 알겠어요, 대답하더니 한델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 듯 느리게 움직인 손이다. 살짝, 옆으로 미끄러져 한델의 목덜미를 스쳤던 것 또한 잠깐일 뿐이었으나 한델 자신에 비해 굵은 손가락 마디가 그 예리한 손끝이 아주 짧은 순간에 긴장을 가져왔다. 손톱이 살을 긁고 지나갔다.

 

생각해보니 한델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같이 글을 쓴다는 게, ,는게 렇게 즐거운 거구나, 알았어요. … … 키스가 가르쳐준 일이에요."

 

"다음에 만날 땐 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알아봐야겠네요."

 



"고마워요. 리고,"

 



한델이 테이블 위로 몸을 숙였다. 천천히 키스의 귓가로 다가간 한델의 입술이 붉다. 말을 고르고 고르다 입술을 꾹 짓눌렀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해요, 키스."

 



입술이 닿았다. 언뜻 보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당사자인 둘만은 알고 있었다. 속삭이던 말, 그의 이름을 본떠 귀에 남긴 욕심이었다. 한델이 부른 키스의 이름은 모호하게 흩어져 아련한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앞에 있는데, 그를 부르는 말이 어찌 저리 애달플까 싶다. 키스, 사랑해요- 부르기조차 설레는 그 이름에 마음을 한 아름 담아 수줍지만 확실히 글자의 태가 나는 방법으로 전하였다. 언제 그랬냐는 듯, 스륵 자리로 돌아간 한델이 식어버린 스테이크에 다시금 칼질을 했다. 올라오지 않은 고개 옆, 달아오른 양 귓가가 영 눈치가 없다.

 


이미 비어버린 빈 접시 위에 나이프와 포크가 여전하다.